AI 반도체 산업은 지금 세 개의 거대한 병목을 거쳐 왔다. GPU 부족이 먼저였고, HBM 공급 제약이 뒤따랐으며, CoWoS 어드밴스드 패키징 캐파가 세 번째 제약으로 부상했다. 그리고 2026년 초, 조용히 네 번째 병목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MLCC를 위시한 수동 부품 산업이다.
Murata 나카지마 사장은 지난 2월 "AI MLCC에 대한 고객 문의가 현재 생산 능력의 두 배"라고 밝혔다. NVIDIA의 차세대 서버 플랫폼 VR200 NVL72에는 약 60만 개의 MLCC가 탑재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기존 GB300 대비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단순한 수요 증가가 아니다 — 구조적 전환이다.
왜 MLCC인가. AI 가속기는 고부하 연산 중 순간적인 전류 변동을 발생시킨다. MLCC는 이 전압을 안정화하고, 노이즈를 억제하며, 순간적인 전류 강하를 보상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파워 모듈이 10kW에서 15kW로 진화하면서 시스템당 MLCC 탑재 수가 2,200개에서 20,000개 이상으로 급증했고, 차세대 플랫폼에서는 30,000개를 초과할 전망이다. MLCC는 이미 AI 서버 BOM에서 GPU·메모리에 이은 3위 비용 항목으로 올라섰다(Nichidenbo 집계).
역사적 맥락은 명확하다. 2018년 MLCC 수퍼사이클 당시 삼성전기의 MLCC 부문 영업이익률은 최고 42%까지 치솟았다. 현재 Murata의 마진이 이미 30%를 넘긴 반면, 삼성전기는 11.7%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갭이 향후 12~24개월의 주가 상승 여력이다.
시장은 극명한 이중 구조다. 일본·한국의 Tier-1 MLCC(Murata, 삼성전기)가 AI 서버 수요를 독점하는 반면, 대만·중국 업체들은 소비자 전자의 수요 침체와 가격 경쟁 속에 가동률 60~70%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 이분화는 단기가 아닌 구조적 현상이다 — 고급 MLCC 제조에 필요한 초박막 세라믹 기술과 신뢰성 인증은 단기간에 복제될 수 없다.